올 크리스마스에는 기필코 사리라(사달라고 하리라에 더 가까울지도)고 다짐하고 있는 향수입니다. 실은 여러번 사달라고 했음에도 남친이 싫어하는 향이라 실패하고 있는 중이죠.
마크 제이콥스가 가드니아에 올인 했다면 스텔라 매카트니는 장미에 올인한 모양입니다.
스텔라 매카트니가 어디 쓴 글을 보니까 엄마인 린다 이스트먼(코닥 그룹 딸이었죠)이 살아 생전 그렇게 장미를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그 추억으로 만든 향수라는데 센티멘탈리즘에 약한 저는 향을 맡아 보지도 않고 좋아지더라구요.
그런데 세상엔 장미 향이 별로 안 어울리는 저같이 불쌍한 인간도 있는지라 향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도 막상 뿌리면 비누 냄새 같아져요. 장미 향이 어울린다 싶으시다면 꼭 반드시 시향해 보실 만한 향수입니다.
전 용기도 마음에 들더군요. 짙은 보라색도 근사하고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스텔라 매카트니까지도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더라구요.
향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장미 향입니다. 달짝지근하지 않고 고상한 장미 향이구요. 고정관념이겠지만 넓은 거실, 커다란 창으로 오후 햇살이 쏟아져 들어 오고 창 밖으로는 푸른 잔디밭과 장미 정원이 보이는데, 은쟁반에 하얀 영국 찻잔을 차려 놓고 티 파티를 할 때 풍길 듯한 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