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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뷰티] 먹는 거라고 다 바르나요        2004-04-30 14:56:39     Bookmark and Share

웰빙 열풍과 함께 자연·천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방부제·색소 등을 포함한 기존 화장품의 화학적 성분으로부터 피부 트러블을 막겠다는 개념. 그중 가장 인기를 누리는 것이 올리브유와 달걀, 곡물류, 우유, 한방약재 성분 등 식재료를 이용한 것이다. 홈쇼핑 광고대로 과연 ‘천연성분=먹을 수 있다=피부에 안전하다’는 공식은 올바른 걸까.
피부와 위·장은 같은 신체 부속기관이지만 그 역할과 외부 물질 접촉에 대한 반응을 똑같이 여기는 발상은 위험하다. 피부는 위와 장 같은 소화기관이 아니다. 어떤 물질을 섭취했을 때 위와 장에선 위산이나 분해효소들을 분비하여 그 물질을 분해하고 흡수한다. 약간 상한 음식을 먹었더라도 강한 독소의 곰팡이가 생겼거나 심하게 부패한 상태가 아닌 이상은 큰 탈없이 소화가 된다. 하지만 방부제를 넣지 않은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시간이 지나 변질이 시작된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면 그 트러블은 화장품 속 방부제보다 훨씬 심한 결과를 가져온다.

레몬의 즙을 내어 음식에 뿌려 먹거나 소주 반 병 정도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미백작용을 위한 비타민C 화장수를 만들기 위해 레몬즙을 소주에 섞어 화장수를 만든 뒤 피부에 발랐을 경우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피부의 자극, 트러블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여러 나물류의 채소를 시장에서 만지작거리다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야채류에도 농약 성분, 공해로 인한 독소들이 조금씩 남아 있다. 그것을 제대로 정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부에 바르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진정팩으로 자주 사용되는 감자도 마찬가지다. 태양열에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식히는 데 감자즙 팩은 효과적이다. 중요한 건 익힌 감자를 먹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감자의 생즙을 내어 피부에 붙였을 때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는 점이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도 안전하다는 것은 난센스다. 실제 통계에서도 기성 화장품보다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했을 때의 트러블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굳이 식재료나 천연성분을 이용한 무방부제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싶다면, 그 제품의 사용기간을 최대 1주일로 잡아야 안전하다.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 또 얼굴에 사용하기에 앞서 목이나 팔 안쪽과 같은 부위에 일차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가급적이면 생즙보다는 녹차처럼 뜨거운 물에 우려낸 즙을 차게 식혀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설프게 웰빙 뷰티를 흉내낼 바에야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저자극성용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피부에 더 안전하다.

2004.4.19 조선일보 "이나경의 안티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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