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과 "피부미용 비법"은 몇 해가 흘러도 여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의 단골메뉴가 된다. 한 프로에서는 집에서 만든 천연 콜라겐 화장품이라며 돼지껍데기를 인삼주를 담그는 통 안에 넣어 진액(?) 을 뽑아내는 엽기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다 못해 잡지나 TV 쪽에서 나에게 "나만의 비법" 홈케어 미용법에 대해 문의를 해올 때면 "예를 들어 돼지껍데기를 사용한 팩 같은 거라거나..." 라는 식으로 질문을 하는 걸 봐서 얼마나 이 미용법이 매체를 통해 소개가 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맛집 소개 프로에서 돼지껍데기나 닭발집이 소개될 때마다 "콜라겐이 풍부해 여성피부미용에 좋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이제 맛집 프로의 클리셰가 되다시피 했으며 가을에 접어들면서 어느새 인터넷의 뷰티/스타일 섹션은 "이너뷰티" "먹는 화장품" 을 내세우며 콜라겐 음료나 서플리먼트의 광고로 도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돼지껍데기를 피부에 문지르는 것도, 닭발을 먹는 것도 피부의 콜라겐 보충에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콜라겐을 내세운 탄력크림 역시 같은 이유로 피부콜라겐 충전에는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한다.

이유 1. 부족한 콜라겐은 피부 속에서 재합성이 되어야 한다.

돼지껍질로 팩을 한다고, 콜라겐 음료를 마신다고 그 안의 콜라겐 성분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 마치 테트리스 조각이 빈칸을 끼워 맞추듯 피부 속 콜라겐 사이사이의 빈틈을 메꿔줄 거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피부의 탄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외선, 흡연 등이 원인이 되는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것이 첫번째가 되어야 할 것이며, 콜라겐 세포의 손실을 막고 새로운 콜라겐의 합성을 위해서 비타민 A, C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컬러풀한 야채와 과일, 항염기능의 오메가-3 등의 지방산 성분이 함유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품을 사용함으로써 피부에 부족해진 콜라겐의 합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C, 펩타이드, 레티놀등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여 콜라겐 형성세포가 새로운 콜라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이유 2. 먹는 콜라겐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콜라겐이 풍부한 닭발과 돼지껍질, 혹은 콜라겐형태의 서플리먼트나 음료를 먹을지라도 소화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뿐 콜라겐이란 형태로 피부 속에 안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콜라겐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우유, 계란, 두부와 같은 단백질 음식을 먹는 것과 콜라겐 합성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이유3. 화장품은 진피로 침투하지 못한다. 게다가 콜라겐은 표피 침투조차 어려운 성분이다.

피부속 콜라겐은 표피의 아래에 위치한 진피층에 속해있다. 일단 화장품 자체가 표피를 통과해 진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피부에 도포한 것이 진피층까지 침투하여 영향을 미친다면 그 제품은 화장품이 아닌 의약품으로서 분류되어야 한다.) 화장품 성분이 피부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를 하는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분자무게". 콜라겐은 매우 큰 분자무게를 가지고 있다. 이는 피부침투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피층은 커녕 표피층의 제일 표면인 각질층을 침투하는 것도 힘들 정도!

특히나 돼지껍데기 같은 육류의 콜라겐은 식물성 콜라겐이나 어류와 같은 다른 동물에 비해 더욱 큰 분자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얼굴에 달걀을 굴리면서 이 달걀이 모공속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최근 시중에는 "저분자 가수분해 콜라겐" 을 내세우는 콜라겐 광고들이 많이 보이는데 아무리 저분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진피층 침투는 불가능하다는 기본전제는 벗어날 수 없다.

화장품성분으로서 콜라겐의 역할은?

자신의 무게보다 훨씬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하여 피부에 전달하는 우수한 보습성분이다. 물론 근본적인 "진피층 콜라겐 보충" 은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건조한 피부는 주름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며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부에 많은 수분이 공급되면 피부가 탱탱해지는 "플럼핑효과" 를 얻을 수 있고 일시적이나마 주름도 흐려지는 시각적 효과도 얻을 수 있으므로 중건성, 노화피부를 위한 보습성분으로서는 우수한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