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과 크림을 함께 바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지?.
몇 년전 랑콤에서 이드라젠 수분라인이 나왔을 때 신문광고에 이드라젠 로션을 먼저바르고 크림을 바를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그맣게 나온 것을 본 적이있다. 그래..랑콤마저도 한국의 대세를 따르는구나…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현지화 전략인가? 아마 랑콤 본사에서 이 광고를 본다면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을것이다. 그리고 “아 우리 프랑스 사람들도 이렇게 열심히 화장품을 사준다면 얼마나 화장품 팔기 편할까?”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어디 로션과 크림뿐인가? 로션전에는 수분에센스를, 그리고 수분크림 후에 “영양크림’ 을 바르는 엽기성을 발휘하는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토너의 목적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세안직후 토너 사용전 발라 피부의 수분을 공급하는 에센스도 나온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보습의 첩첩산중.
이름은 제각각이나 이 모든 제품들이 하는 역할은 하나. 보습이다. 기본성분은 똑같다. 추가되는것은 오일이나 점증제등 질감을 더 걸쭉하게 하고 유분을 더 넣어주는것.
여성들은 로션과 크림을 함께 사용해야한다고 세뇌를 당할 때 로션은 수분을 주고 크림은 보습막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기초교육(?) 을 받았다. 로션은 당연히 희석되어있는 것이니 더 수분감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당장 발랐을때의 느낌일뿐 제품에 수분이 많다고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은 아니다. 수분공급이 그렇게 간단히 이루어질수 있다면 그냥 얼굴에 잔뜩 워터스프레이를 뿌려주는게 제일 효과적일것이다.
어떻게 해야 내 피부를 하루종일 촉촉하게 유지를 시킬 수 있을까..그 해답을 얻기위해선 모이스처라이저들의 보습원리를 이해해야한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한다”
이 문구는 화장품안에 들어있는 물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화장품을 바르게 되면 그 안의 성분이 공기중의 수분을 자석처럼 피부에 끌어당겨주고 스폰지처럼 머금고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성분들을 휴멕턴트 (humectant) 라고 부른다.
두번째로는 피부가 충분히 분비하지 않는 오일을 침투시키면서 피부표면에 유분의 막을 형성하여 피부에 공급된 수분(주로 세안, 샤워후 피부에 남아있는 수분) 이 증발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occlusion) 이다. 바디오일이나 바디크림을 보면 “피부에 수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사용하라는 설명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대게 피지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오일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수분로션, 크림, 에센스는 모두 이 두가지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믹스되어 이루어져있다. 수분을 공급하는 성분들은 앞서 언급한 지질(lipids) 이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는 지질을 잃게 되고 표피층의 수분보유력이 떨어진다. 피지가 번들거리는 지성피부도 건조감을 느끼는 것이 이 때문이다. 화장품 매장에서건 잡지에서건 “지성피부도 수분크림이 필수랍니다” 라는 말을 흔히 들었을것이다. 필요한건 “수분크림” 이 아니라 우리피부에서 잃어버린 지질성분이 많이 함유되어있는 모이스처라이저를 사용하는것. 그것이 수분에센스일수도 있고 로션일수도 있고 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조한 사무실, 찬바람이 거센 추운 겨울에는 피부는 빛의 속도로 수분이 증발된다. 공기가 건조하다보니 휴멕턴트가 잔뜩 들어간 모이스처라이저를 아무리 덧발라도 소용이 없다. 바를때만 촉촉하고 뒤돌아서면 어느새 버석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때는 피부에 수분증발을막는 강력한 보습막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이 보습막형성의 성분들은 모공을 막아 면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성분들은 에센스에서부터 로션, 크림에 이르기까지 두루 포진하고 있는데 건성라인일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피지를 정상적으로 잘 분비하는 사람들이 에센스, 로션, 크림 다 발라주고 왜 내 얼굴에서는 여드름이 끊이지 않고 나는걸까..고민한다면 죽먹고 또 밥먹고 누룽지까지 삶아먹으면서 왜 자꾸 살이찔까 고민하는 사람이랑 다를바가 없다.
우리 귀차니스트들은 어떤식으로 모이스처라이저를 선택할까?
1. 제형에, 제품타입에 연연하지 않는다. – 로션, 크림, 에센스ㅡ..이름에 연연하면 화장품만 늘어난다. 에센스 자체도 하나의 모이스처라이저이다. 이미 피부에서 피지가 샘솟듯 쏟아나오는데 보습막을 굳이 화장품으로 만들어낼 이유가 없다. 피부가 부족한 지질만 보충해준다. 에센스면 충분!
2. 모이스처라이저는 여러종류를 구비한다. – 보습제는 기능성 제품처럼 일정기간이상 꾸준히 사용해야하는 품목이 아니다. 날씨에 맞춰 외투를 고르듯 딱 그 시기에 필요한 보습을 공급해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는 로션하나로 충분한 피부라 할지라도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하고 황사가 몰아친다면 평소보다 좀 더 리치한 크림으로 바꿔 사용한다.
3. 얼굴전체에 다 발라야한다는 기존관념은 버린지 오래 – 코에는 언제나 블랙헤드가 있지만 볼은 건조하다면? 볼에만 로션을 발라준다. 얼굴에서 피지분비의 양이 다 틀린데 보습제를 동일하게 바른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4. 가진 제품은 다 활용한다. – 정말 피부가 쫙쫙 당기는 정도의 건조감은 일년에 며칠밖에 안된다면 그 때를 위해 리치한 모이스처라이저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말 엑스트라 모이스처라이징을 필요로 하는 날이라면 아이크림이나 핸드크림(향이 거의 없는 단순한 시어버터류가 좋다) 을 얼굴전체에 펴발라준다. 이들과 페이셜 크림과의 차이점이라면? 얼굴과 신체에서 특히 건조한 부분을 케어해주는 이 제품들에는 좀 더 보습막을 형성하는 성분들이 다량으로 들어있다. (그럼에도 핸드크림은 큰 튜브에 들어가 엄청싼데 아이크림은 그 쪼매한 통에 엄청비싸다…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왜? 아이크림은 비싼게 당연하잖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화장품 회사의 세뇌교육의 우수 졸업생이다)
winnie’s tip: 로션? 크림? 어떤걸 선택할까?
과거에는 로션은 수분을 공급하고 크림은 유분막을 형성한다고 하여 같은 브랜드/라인이라면 중지성은 로션을 선택하고 중건성은 크림을 선택하는 식이 일반적.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제형에 다양한 성분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화장품 제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피부타입에 연연할 이유는 전혀없다. 요즘 출시되는 화장품들은 제형보다는 성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는 추세.. 브랜드마다 로션의 진함, 크림의 산뜻함이 모두 각각이다. 그래서 중지성도 취향에 따라 오일프리타입의 크림이나 젤크림타입을 선택할 수 있다. 비오템의 아쿠아수르스 크림이나 엔프라니의 수퍼아쿠아크림은 지성피부여성들이 열광하는 제품이다. 건성이 사용해도 충분한 보습이 느껴지도록 리치하게 나온 로션도 있다. 크리니크의 드라마티컬리 디퍼런트 모이스춰라이징 로션은 전 세계에서 4초마다 하나씩 판매된다는 크리니크 3단계의 가장 인기 품목이다. 질감은 로션이나 수분증발을 막는 보습막형성기능의 미네랄 오일이 함유되어있는 이 제품은 지성피부보다 건성피부에게 더 적합하기 때문에 지성용으로 오일프리 제품이 별도로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