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티비에서 어떤 한의사분께서 화학성분의 화장품을 사용하면 피부가 빨리 늙는다고 하시더군요. 화학성분 안 들어가고서 어찌 화장품을 만들겠냐마는 여기서 말하는 화학성분은 특정 작용을 하는 것들을 말하는 듯 싶었어요. 그런데 전 여드름이 워낙 심하고 모공이 엄~청 넓은(여지껏 저보다 넓은 모공은 보지 못했답니다.) 피부라 BP부터 시작해서 트레티노인까지 모든 화장품이 독한 성분 덩어리랍니다.
보시다시피 각종 독하다는 화학성분으로 점철된 과정들입니다. 23살이나 됐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탄생되는 여드름들 때문에 완정 사춘기 소녀의 화장품 목록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매일 계속 되는 여드름 압출에, 피부 강박증 비슷한 것이 생겨서 단 하루도 무슨 팩이든 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늘 그 한의사 분의 말씀이 계속 신경쓰이더군요. 피부 한번 좋아져보겠다고 이 난린데 이 노력들이 피부 노화를 촉진시키는 과정들이었다면 정말 슬퍼서 죽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벤조일퍼옥사이드 10%겔을 코 옆에 모공 엄청 넓은 부분에 매일 듬뿍 발라주고 있는데(유독 그 쪽에 여드름이 많이 생겨서요..) 혹시 이 행동이 모공을 더 키우는 것인가요?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왜 화장품 얘기를 하는데 화장품과 아무 상관도 없는 한의사를 데려다가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네에요...문제는 한심한 tv 피디나 방송작가나 한의사가 그걸 안다고 생각한다는거겠죠.
일단 트렌티노인인 bp 성분은 화장품 성분이 아니라 약입니다. 트렌티노인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가능한 거구요. bp 는10% 까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지만 대게 화장품에는 여드름 치료목적으로 2.5%~5% 정도만 함유합니다. 10% 는 치료연고구요. 클린앤클리어에서 나온것이라고 화장품으로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화장품이란건 그정의가 "아름답게 가꾸는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치료가 아니라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화장품에 BP 나 HQ 의 사용을 금하고 있죠. 미국에서는 일정농도까지 OTC(Over The Counter Drug) 으로 규정하고 있어 화장품에도 어느정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화장품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사용하는거라고 그 제품을 화장품으로 착각하시진 마세요. 복용을 하는 약중에서도 음식물과 같이 섭취해야하는 것들이 있죠? 그렇다고 그 약을 "독한 화학성분덩어리의 음식" 이라고는 생각하시진 않으시겠죠?
BP 는 여드름균을 죽이는 항균작용을 하지만 동시에 건강한 피부세포도 손상을 시킬 수 있어요. 그러므로 심한 여드름이 아닌이상 너무 높은 농도를 사용하는것은 좋지 않죠. 어느 약물이나 작용에 미치는 부작용은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약으로 분류하는 것이구요.
그리고 왜 BHA 와 AHA 가 화학 덩어리죠? 살리실산은 원래 식물에서 나오는 애시드입니다. willow bark 의 잎에서 추출하죠. 알파하이드록시 애시드 는 사탕수수와 신우유등에서 나오는 거구요. 다만 화장품에 활용할때 그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드는 것뿐입니다. 엔자임트리트먼트의 효소도 파파야/파인애플에서 나오는 효소이구요.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어떤것이 천연이며 어떤것이 화학성분이다 라고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흔히 천연화장품이라고 굳이 분류하는 것은 그 소스에서 추출액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피부에 더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AHA 나 BHA 는 합성을 한 화학덩어리라서 문제가 아니라 acid 의 피부에서의 장기적인 작용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있지 않는것이고 농도나 pH 등에 의해 피부에 자극이 피부에 끼칠 문제가 있기때문입니다. 천연 레몬쥬스를 얼굴에 아침저녁으로 발라도 피부에 강산으로 인한 자극과 그로 인한 손상(노화) 가 생길수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트렌티노인은 FDA 에서 인정한 노화치료성분입니다. 실제로 많은 데이터가 트렌티노인을 사용함으로써 피부진피가 재생된것을 보여주고 있구요.
지금 현재 님이 처한 문제는 사용하는 것이 화학이냐 비화학이냐(?) 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용자체가 얼마나 피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속편하게 "여드름은 간에 열이 많아서 그렇고 생리불순은 자궁이 차서 그렇고 빈혈은 기가 허해서 그렇고" 이렇게 처방해서 온갖 질병이 한약달여먹고 나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명심하셔야할건 사람죽이는 사약도 한약으로 만드는 거고 자연속을 거닐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옻도 천연식물입니다. 천연과 비천연을 선과 악(독)으로 양분짓는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피부노화원인의 90% 는 화학화장품을 "사용해서" 생기는게 아니라 자외선 차단제를 어려서부터 "사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겁니다. 정말 대표적인 "화학덩어리"인 아보벤존, 멕소릴 등이 정작 노화를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성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