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구구절절 자신의 피부 트러블과 사용제품을 주~욱 나열합니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피부에 사용하는 화장품의 수는 엄청납니다. 클렌징 오일, 포밍 클렌저, 토너, 스크럽, 모공관리제품, 수분로션, 레티놀 에센스, 화이트닝 크림,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컨셉별 화장품은 다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도대체 그 많은 화장품들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고 다 붙어 있을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고 더 나아가 과연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피부타입과 제품이 제대로 일치하고 있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모든 피부 타입별 화장품이 한 얼굴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Case2]
&&저...화장품을 새로 선물 받았는데요... 지금 사용하는 제품과 함께 써도 될까요? 혹시 피부에 부담이 가지는 않을까요?&&
(과연 진짜로 선물을 받은 것인지…아니면 스스로 산 제품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
이러한 질문은 대게 '기능성' 제품들이 한꺼번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러한 제품들 가운데는 피부의 각질을 벗겨내는 기능을 하는 것들이 많은데 BHA 클렌저, 효소 스크럽, AHA 젤, 비타민C 로션, 레티놀 에센스, 머드팩 등등을 2~3개 이상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죠.
[Case3]
&&여드름이 나서 걱정이에요. 클렌징 만큼은 '확실' 하게 하는데...왜 이런 것인지...저는요 클렌징 크림으로 2번,클렌징 워터로 유분기 제거 하구고, 폼클 한번, 여드름비누, 그리고 지성용 토너로 닦아 내구요...&&
저는 하루에도 수십 통에 해당하는 이러한 메일을 받습니다. 여드름, 피부건조, 색소침착... 그 종류와 고민 내용들도 다양하지요. 자신의 피부고민을 모두 털어놓은 후 항상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
&&이러한 피부에 알맞은 화장품을 추천해 주세요.&&
그럴 때마다 전 소리를 아~악 하고 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하죠. '거기다 화장품을 더한다구?
차라리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딱 1/3 만 사용하면 훨씬 피부가 좋아질 텐데...' 라구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한가지 화장품은 한가지 기능밖에 못한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차단만을, 모공관리 제품은 모공만, 레티놀 화장품은 주름관리만을...
자신의 피부 고민이 한가지씩 늘어갈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제품을 더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곤 하죠.
또 한가지 기능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more is better…란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인은 대부분의 잡지의 뷰티 기사들이 전문가의 조언보다는 화장품 회사의 자료제공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문제발생->원인->대처방안->해결방법 보다는, 문제발생->해당화장품(주로 그 시즌의 주력상품위주)으로 이어지는데 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자연히 이러한 글들을 읽은 여성들은 스킨 케어에 관한 짧은 지식(대부분 화장품 회사들이 상품 판매와 맞물려 만든 소비자 우민화 정책의 소산일 경우가 많죠)을 바탕으로 해당하는 수십종의 화장품 종류만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라 할지라도 로션이나 크림과 거의 유사한 모이스춰 성분을 가지고 있고, 수분 에센스로 명명되지 않은 보습제품도 충분한 수분공급 기능이, 비타민 C 는 화이트닝 외에도 레티놀 못지 않게 주름완화작용을 하며, AHA는 각질제거 뿐만 아니라 재생촉진을 도와주는 역할도 합니다. 또한 모공수축을 위해서 비싼 모공 화장품을 사용하기 보다는 주기적인 각질제거와 피지 흡수가 더 급선무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성분이나 기능을 알려는 노력보다는 제품이름에 더 집착 하는 소비성향. 탄력이 떨어지면 반드시 '리프팅' 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을 구입하고 여드름이 나면 꼭 스킨 케어 제품에 '티트리' 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비로서 자신의 피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줬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화장대의 화장품 수는 늘어나겠지만 오히려 피부 겹겹의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자구 복구능력의 약화와 쇠약으로 결국엔 지성피부라고 할지라도 3~4가지 이상의 제품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당기는 듯한 '심리적 건성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결국엔 오버- 모이스춰라이징으로 인한 모공의 확장과 여드름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만일 자신의 피부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느낀다면 여러분이 지금 피부에 해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피부관리법은 세안 후 가장 피부가 당기는 눈, 입주위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거나 아주 얇은 오일프리의 보습제만을 사용하여 '피부 단식'을 시키는 것입니다.
처음엔 피부가 엄청 당기고 거칠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겠지만 이 방법을 1주일 이상 실행하게 되면 어느덧 서서히 최소한의 화장품만으로도 큰 무리 없이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수많은 화장품을 산으로 쌓아가며 사용하던 그 시절보다 더 맑은 피부를 경험하게 되실지도 모르지요.
그런 이후에 하나씩 정말 자신의 피부가 원하는 종류의 제품을 부분적으로 발라보세요. 만일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별반 큰 변화를 느끼지 않는다면 다른 브랜드로 바꾸기 전에 &&내 피부는 이러한 종류의 제품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라고 스스로 물어보세요. 머지 않은 장래에 여러분의 피부는 훨씬 더 건강해지고 그리고 여러분의 지갑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두툼해져 있을 거예요.